관계, 그리고 배신
20대와 30대까지 9년간 통신회사 생활을 하며 굴곡이 많았다.
비정규직 2년이상 계속 근무 시 정규직으로의 전환이라는 비정규직 보호법이 오히려 수 많은 비정규직을 계약해지로 내몬, 정책적 의도에서 전혀 벗어난 결과를 초래했던 2005년도 안팎.
그 첫빠따의 희생양에 내가 속해있었다는 것은 나중에 정치와 경제에 관심을 갖고 알아가던 중 깨닫게 되었다.
상사들도 누구나 인정하는 워커홀릭에, 통신사 입장에서는 지원없이 열악한 환경에서 격오지 상권의 직판소매점장을 하고 있던 나는 개인사생활도 없이 일만 했었지만, 촉탁직 2년이 다다를 무렵 해촉되었다.
그래도 사회생활의 첫발이고 돈은 벌어야 했기에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지 못하고 같은 통신사의 유통직영점 판매관리, 명목상 판매직으로 3년여를 일하고 아주 드문 케이스로 다시 촉탁직(정규직 전환이 거의 보장되던 시기)으로 부활하며 다시 입성할 수 있었다. (결국 퇴사하며 제발로 나왔지만)
해촉되기 전 판매원으로 들어와 내가 유통직영점 근무3년, 다시 촉탁직 부활후 직영점장동안 관리자로서, 그 후엔 동료로서 함께 일했다가 난 퇴사하고 부산으로 전근을 간 후배 혹은 동생이 있었다.
조직문화와 구조의 불합리를 참지 못하고 뛰쳐나와 내 장사를 하게 된지 햇수로 8년.
부산으로 전근간 그 후배와는 그 기간동안 전화통화 했던게 3번정도 될까.
최근들어 거의 3년정도는 연락도 없던 놈이 갑자기 전화가 왔다.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 판매점을 차리고 싶다, 한달에 100개 팔려면 인맥이 어느정도 있어야겠느냐, 이 지역의 상권이 어떻고 판매점들의 동향이 어떠냐, 내가 운영하는 매장의 매출은 얼마고 판매대수는 어떤가.
오랜기간동안 안부전화 한번 없었는데 갑자기 연락을 하며 사업상 민감할 수 있는 질문을 대놓고 노골적으로 물어보기에 기분은 좋지 않았으나, 원래 남에 대한 배려심이 잘 없고 생각없이 잘 말하는 성격을 아는지라 그래도 그간 쌓고 알고지낸 정이 있어 얘기 해 주고 진심으로 조언을 해줬다.
그로부터 일주일 정도 지난 그저께 연락이 왔다.
또 그제와 비슷한 이야길 하다, 동네장사로 운영하던 내 매장에서 같은 라인에 30미터 떨어진 빈 매장에 계약을 했다고 한다.
첨엔 농담인줄 알았으나 몇번 되묻고선 진짜라는 걸 알았다.
하늘이 노랬다.
황당해서 순간 말이 나오질 않았다.
경쟁점은 생길 수 있다.
아는 사람이라도 그럴수는 있다.
그런데 일주일전 전화와서 정보를 캐고선 경쟁점으로 입점이라니.
더이상 연락하지 마라며 의절을 통보 할 수 밖에 없었다.
다른 걸 떠나, 인간에 대한 상처로 남았다.
살면서 겪을까 말까 한 일일텐데.
어디까지 가야 하는 시대인지 난 아직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