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일기_3일째
챔픽스
가까운 개인내과병원이 내원하기 가장 편했다.
네번째 챔픽스 처방.
처음은 실패, 두번째는 세달동안 금연성공, 세번째 실패, 현재 네번째.
20년 이상 흡연해온바 담배는 마약이다. 어쩌면 그 이상이다.
담배는 니코틴에 대해 뇌 수용체가 생긴다. 그것이 충족되도록 뇌가 스스로 자극한다는 것이다.
숙주를 컨트롤하는 기생충을 본적이 있을까.
어쩌면 그 기생충의 역할을 뇌가 니코틴에 중독되어 임무 수행을 하고 있는 것과 같다.
담배를 피기위한 합리화, 갈망, 망상, 욕구, 이유를 만들어낸다.
마치 사마귀 뱃속의 연가시가 사마귀를 물가로 데려가 익사시키는 것 처럼.
너무나 잘 알고 있으면서도 금연은 힘들다.
의사도 공감한 말이지만, 가장 힘든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담배가 마약이 아니기 때문이다.
즉, 손만 내밀면 어디서나 구하기 쉽다는것에 있다.
마약은 구하기도 힘이들고, 구한다는 것 자체가 위법이기에(그럼에도 갈망하지만) 힘이들지만.
담배는 언제 어디서나 웰컴이다.
중독성이 매우 강한데다가 구하기까지 쉬우니 끊을 수 있겠는가.
챔픽스.
처음엔 약물의 도움을 받는다는 것에 회의를 가졌지만, 담배를 끊는다는 것이 그저 이성적인 제어만으로 힘들다는 것을 알고난 후 처방받게 되었다.
그러나 신기한 것은.
챔픽스를 처방받고 복용하더라도 의지가 없는 상태에서는 아무 소용이 없다는 점이다.
그러나 강한 의지를 가졌을때 처방을 받아 복용하면, 생체적으로 담배를 찾게되진 않는다.
습관에 의한 흡연욕구는 어쩔 수 없지만 말이다.
금연 해야 하는데, 끊어야 하는데 끊어야지... 아 금연해야 되는데.
생각한게 벌써 지난번 다시 담배를 물게 된 이후 1년이 지났다.
도저히 엄두가 안나 담배사기를 계속하던 어느 순간.
마침 서울에 버스타고 병원 갈 일이 생겼다.
그래서 그 기점으로 챔픽스를 먹고, 서울은 어차피 골목아니고서야 담배피기 힘든 곳이니 환경을 수단삼아.
그렇게 하루, 그 다음날. 그리고 오늘.
담배. 피고 싶다.
사실 힘들게 담배를 끊었는데 정작 죽을땐 담배 때문이 아니라 다른 이유로 죽는다면 억울하겠지.
이런 합리화가 들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번엔 담배가 피고 싶을때마다 마누라와 딸을 떠올린다.
간접흡연, 좋지 않은 모습,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주는게 할 수 있는 작은 일이리라..
담배는 끊는게 아니라. 죽을때까지 참는 것인데.
차라리 처음부터 담배맛을 몰랐다면 모를까.
알게 된 이상은 늘 참는거라는 것.
지난번 담배 석달 끊었을 때.
주머니와 양손도 가볍고, 외출할 때 챙겨야 할것도 줄어들고.
냄새도 안나고, 목상태도 청아해지는 느낌이 들었었다.
무엇보다.
나라는 존재가 니코틴의 중독에 의해 자유의지를 잃고 종속된다는 것이 무척 자존심 상했다.
모든 금연인들 힘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