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자신의 이름을 내건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는 유대인인 자보 라슬로.
4년여간 서로 사랑하는 연인관계인 일로나는 자보 레스토랑의 서빙을 맡으며 둘은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장사가 더 잘되고 좋은 평을 받는 레스토랑을 만들기 위해 피아노가 주문되고 뒤이어 피아노를 연주할 연주자 오디션을 진행한다.
한시간 늦게 오디션에 참여한 안드라스와 일로나는 서로 운명적 이끌림을 느낀다.
가게 문을 닫고 난 후 퇴근길에서 자보는 그런 그녀의 마음을 헤아려 자유로운 선택을 존중한다.
결국 일로나는 안드라스의 집 방향을 선택하고 그것을 확인한 자보는 쓸쓸히 걸어간다.
레스토랑 손님으로 와 일로나에게 반한 독일인 한스는 청혼을 거절당한 상실감에 안드라스가 연주한 글루미선데이 멜로디를 흥얼거리다 다리에 뛰어들지만, 자보의 도움을 목숨을 구하고 독일로 돌아가는 기차에 오를때까지 보살핌을 받는다.
레스토랑에 쓰일 감자를 시장에서 흥정하던 자보는 안드라스와 일로나 일행과 마주치게 되고, 일반적 예상과 달리 어느 하나의 선택이 아닌, 일로나의 모든 것을 잃느니 한 부분이라도 차지하고 싶다며 어느 한쪽의 극단이 아닌 각자의 감정에 대한 지속과 그것에 각자 충실한 방향으로 둘을 이끈다.
헝가리가 독일에 점령되고, 한스는 대령이 되어 찾아온다.
한스와 일로나의 관계를 의심한 안드라스는 그녀가 불러주는 글루미선데이 가사에 맞춰 마지막 연주를 한 후 권총 자살하고.
한스를 믿고 있던 유대인 자보는 한스의 생명의 은인으로서 품었던 기대와 달리 '특별대우'를 받고 기차에 오른다.
결국, 일로나를 원했던 한스는 원하던 육체, 특별대우에서 제외시켜주는 대가로 얻은 돈, 그 행위를 통해 얻게된 전범죄에 대한 알리바이를 획득한다.
안드라스가 갖고 있던 심장을 멈추는 독약은 자보에게, 자보에게서 다시 일로나에게 갔고, 결국 한스에게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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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세 인물을 중심으로 한치 옆도 비껴나가지 않고 이야기를 풀어낸다.
어느 평에선 이런 흐름을 두고 평이하다거나 강약이 없다고 하지만, 오히려 세 인물, 혹은 한스까지 네 인물 중심으로 철저히 극을 이끌어가기에 더욱 각 배역을 입체적으로 이입 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
글루미선데이 곡의 여러 편곡, 안드라스 스필트의 테마 등과 어우러져 아주 긴 글루미선데이라는 뮤직비디오를 보는 듯한 느낌.
아니면, 인물을 중심으로 잘 짜여진 한편의 잘만든 연극을 보는 느낌을 받았다.
불필요한 장치는 철저히 제거 하며, 유대인, 독일인, 특별대우 과정, 캐릭터에 부여한 2차세계대전 당시의 국가나 민족별 상징을 노골적이고 굵직하게 잘 표현해 낸 것으로 보인다.
자보의 경우, 보통 유대인들의 특징이라 일컫는 흥정과 같은 장사 수완, 현실감각, 위기에 대한 마음자세 등을 두드러지게 보여줬다.
시장에서 감자 값을 흥정하는 동시에 그는 안드라스, 일로나와 자신들의 사랑에 대한 흥정도 이뤄냈다.
감자와 일로나에 대한 감정에의 흥정이 끝난 직후 감자 포대를 안드라스와 함께 들고가는 모습은 유대인에 관한 상징, 그리고 그들 셋의 관계설정에 관한 상징을 함께 표현했다.
한스가 일로나에게 보낸 편지 내용에서 '독일은 점점 확대되고 있고 독일은 너무 좁다' 는 대목에서.
안드라스는 나치의 침공을 두고 '그렇다고 모두가 전쟁을 일으키진 않는다' 고 하자, 자보는 '경제학적 관점으로 한 얘기겠지' 라고 했는데.
미래에 직면한 위기에 대해 '내일 일은 내일' 과 같은 현실적이고 긍정적 태도를 나타냈다.
어쩌면 유부남이 됐으면서도 일로나의 육체를 탐한 한스는 나치 독일에.
사랑하는 대상에 대한 독점적 본능마저 누르고, 현실적인 타협을 하는 자보는 유대인에.
일로나와 한스의 관계에 대한 의심을 풀거나 해결하려 하지 않고 자살을 택한 안드라스는 헝가리와 같은 방임자들에.
각각 상징으로서 비유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일로나의 몸을 취하고 자보를 특별대우의 대열에서 빼주지 않은 한스
그런 한스를 쳐다보는 자보
존엄.
마지막까지 놓지 않은 자신의 존엄
자신의 사랑. 그 감정의 크기만큼 일로나와 또 그녀를 자신과 같이 사랑하는 안드라스의 감정에의 자유도 지켜주고자 했던 그 존엄.
삶을 사랑하고,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고,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자신과 같이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한.
일로나를 연기했던 에리카 마로잔이 듀엣으로 불렀던 Down in Budapest 음원을 구할 수 없는게 애석하다.
감수성이 풍부해지는 어느 날. 꼭 보기를.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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