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맥을 고등학교때 읽었다.
전체적인 느낌과 감정들이 되살아날 뿐이고, 거의 20년이 다되어가 세세한 기억은 잘 나지 않는다.
조정래 작가의 아리랑은 시대순으로는 태백산맥의 이전. 일제가 조선에 철도 개설을 시작한 1900년에서 출발하여 해방때까지의 이야기이다.
■ 일단 태백산맥과 아리랑, 두 작품의 비교를 하자면.
○ 시간과 세대의 기준
태백산맥은 배경시기가 해방 이후부터 6.25 동란 이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의 이야기를 담아냈다고 한다면
아리랑은 그 시기가 1900년~1945년이라는 매우 방대한 배경시기상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그 차이는 단지 시간상으로 46년이라고 해석하기에는 오차가 있는 것 같다.
왜냐하면 시간적 흐름에 '세대의 흐름'이라는 관념을 첨가한다면, 아리랑의 배경 시작시기는 십대 중~후반의 조혼이 성행했다는 것을
전제한다면 46년이라는 시간적 흐름은, 세대상의 기준으로는 삼대에 걸쳐 진행되기 때문이다.
왜 세대의 기준으로 해석하는게 맞느냐하면, 세대간-시대간의 현실적 정치 경제적 모든 부분에 있어, 세대간의 의식의 차이 또는 궤를 같이
하는 가치, 즉 선대 친일 -> 후대 항일, 선대 항일 -> 후대 친일 등의 차이에서 오는 주체성의 변화가, 태백산맥의 동세대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그것보다 더 다이나믹한 변화가 발생된다는 점이다.
○ 배경 공간의 기준
일제는 한일합방 기준이 아닌, 그 이전의 준비기간까지 한다면 반백년의 기간동안 3대에 걸쳐 철저하게 진행되었기 때문에, 하와이,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 하바로스코프, 전남일대, 압록강, 두만강, 하얼빈, 북경, 카자흐스탄, 오키나와, 홋카이도, 동경, 장백산맥, 만주, 북해도, 간도,
버마섬, 싸이공, 샌프란시스코 등의 일제-조선의 흔적이 남아있는 전세계적인 배경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이야기의 흐름과 전개상의 호흡이 태백산맥처럼 쫀득쫀득하게 엮여지진 않는다. 이에 대해선 아래에 다시 언급하겠다.
○ 등장인물
등장인물들의 소신, 주체성, 의식적인 부분들은 태백산맥의 압축하여 두가지 이념의 대립관점보다, 더욱 다양하고 복잡하고 얽히고 섥혀 있다.
무정부주의자, 공산-사회주의자, 공화주의, 왕정주의, 친일, 반친일, 항일, 독립....
출신배경과 인물들이 거쳐온 삶의 굴곡과 과정에 따라, 혹은 어떤 계기에 따라 다양하게 전개된다.
■ 아리랑. 그 나름의 평
태백산맥-아리랑을 읽고 난 후.
이념이 있고, 인간이 있는게 아니라, 인간이 있고 이념이 있다는 사실이다.
책속에서 '인간은 참 신기하지, 신도 인간의 머리속에서 나온 것인데, 그것을 그렇게 따르다니'..
무정부주의, 공산주의, 공화주의, 왕정주의, 친일을 하느냐 항일을 하느냐..
그것을 하기위해 그렇게 존재한게 아니라, 존재했기에 그 중 하나를 선택한 것이라는 것.
왜 일제 식민지 시대의 항일 노선에서 사회주의와 공화주의가 자생했고, 또 해방 후 대립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인지.
작가의 마음을 버릇없이 읽어 본다면, 사람이 먼저가 아니였는가. 나름 짐작해 본다.
작가는 힘들었다.
그가 머리말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백년동안 치를 떨어도 충분하지 않을, 긴 기간동안의 일제의 수탈하나하나, 친일의 흔적과 항일의 전방위적 움직임들을 최대한 놓치지 않고
사실에 입각해 거기에 살을 바르고 혼을 불어넣는 작업이, 아무리 장편의 대하소설이라고 해도 태백산맥의 그것처럼 쫀득쫀득하게 이어질 순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1900년~해방까지의 세포하나하나를 들추듯이 조선의 대한제국의 백성들이 오만데서 겪었던 정신적-육체적 수탈과정을 현미경으로
훑듯이 진행되어 어지간한 일제강점기에 대한 근대역사책의 한부분이나, 우리가 정규교육과정에서 배워온 교과서의 몇 페이지 안돼는 내용
정도와는 비교자체를 할 수가 없다.
책을 읽으며 몹시 아쉬웠다.
우리의 근대사는, 일제강점기의 이런 사실적인 피해사실들 하나하나들에 대해, 왜 암묵적으로 부끄러워하고 드러내기를 싫어했을까.
그런 문화를, 누가 의도적으로 만든 것인가?
아니면, 자존심과 피해의식때문인가?
해방 67년이 지나도록.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숨기고, 감추고, 부끄러워하고, 묵살하는데.
어떤 가해자가 자신의 가해사실에 대해 반성할 수 있을까?
■ 시대의 과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순 있다.
사상누각이라고 했다.
한국민의 정서와 성향은 소신과 의지가 강하고, 매우 자생력이 강하다.
뭉치면 강하지만, 게릴라로 흩어지더라도 나름의 명분과 합리화를 매우 잘 한다.
일제, 6.25 동란을 겪어왔음에도. 그 이후세대의 암적인 존재들로 인해 정리과정이 올바르게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로부터 70년 가까이를 지내오면서, 그 세대들이 후세대를 낳고, 또 후세대를 낳았다.
그게 문제다.
한 세대안에서의 정리작업은 비교적 쉬이 이루어질 수 있겠지만, 세대가 교체되면 그에 대한 죄를 묻기가 애매해진다.
하물며 그 세대에서 다시 후 세대가 나왔는데.
어찌 과거사 정리가 쉽게 될 수 있겠는가..
하물며 친일자와 태도의 궤를 함께하는 해방 후 위정자들이 국민들을 세뇌하지 않았던가..
'조선놈은 맞아야 한다'는 그 흔한 버릇같은 속담도 아닌 말처럼.
아직 양치성은 권력욕에 혼을 팔고있고,
아직 순임이는 일본대사관앞에서 강제위안부 정기시위를 하고,
아직 방대근은 비주류가 되어 항일투쟁을 하고 있고,
아직 장칠문은 돈과 권력을 쫓아 백성을 등쳐먹고 있고,
아직 윤철훈은 731부대를 떠돌고 있고,
아직 금예는 어지러운 정세에 자식키울 걱정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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